
한국의 유가증권시장, 즉 코스피는 1988년 이후 대통령 취임 첫 달 평균 2.54%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유사한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코스피의 상승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13대부터 제20대 대통령 취임 직후, 취임 한 달 뒤 코스피가 하락한 사례는 무려 7회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1988년에 취임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1993년의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후 각각 3.73% 및 1.5% 하락세를 경험했다. 더불어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도 코스피는 5.69% 하락했다. 2000년대에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 모두 취임 한 달 후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7년 조기 대선에서 취임한 직후 코스피가 3.88% 상승했다.
취임 직후의 하락 원인은 정치적 기대감의 소실과 차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취임 등의 정치적 중요한 사건이 지나가면 기대감이 감소하고,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새 정부 출범 1년 후 코스피는 취임 직전보다 평균 9.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정부의 정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회복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신 정부의 전향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증시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올 7월 선발될 5개의 AI 기업이 주요 투자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석환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인상함에 따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화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증시가 지난 4월 저점보다 18% 가까이 상승한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불투명할 경우,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6월 코스피가 최대 28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2500~2800선을,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은 2550~2800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윤지호 전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서는 코스피 3000 포인트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트럼프 우려가 존재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에 따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