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의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민간소비에 구조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24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에 비해 13.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국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 큰 증가율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IBIS)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DSR 증가폭은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이러한 부채 증가가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한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국가들 중 민간소비가 줄어든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통계적 증거로 분석되었다.
한국은행의 구조분석팀은 가계신용이 2013년 이후로 과도하게 누적되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매년 약 0.40~0.44%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을 추정했다. 만약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2024년의 민간소비는 현재보다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 위축을 야기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또한,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의 반응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부의 효과’도 소비 위축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1% 상승 시 민간소비가 0.02% 증가하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한은 측은 주택가격 상승분을 담보로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역모기지론 같은 상품이 부족하고, 자녀의 주거 마련 등 미래 지출에 대해 고려함으로써 집값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가계부채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대출은 소비가 아닌 자산 투자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됐다. 이러한 대출로 인해 자산의 유량 효과가 떨어지면서 소비 기반도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비주택 투자와 관련된 대출 역시 공실 증가 등의 문제로 수익률이 급감하며,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문제를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러운 위기를 유발하기보다는 ‘동맥경화’처럼 서서히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최근 정책당국 간의 협력과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일관된 대응이 지속된다면 가계부채 문제와 구조적 소비 제약 현상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