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애니메이션의 상징인 제작사 가이낙스(GAINAX)가 설립 42년 만에 파산 정리를 완료하고 공식 소멸했다. 이 소식은 현지 매체를 통해 12일 전해졌으며, 가이낙스는 지난 10일 파산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가이낙스는 1984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로 설립됐다. 이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질적 변화를 이끌며 오랜 기간 업계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주요 크리에이터의 독립과 경영 판단의 오류로 인해 회사의 제작 역량이 급속히 악화됐다.
특히 외식 사업으로의 무리한 진출, 계획 없는 CG 회사 설립, 그리고 개인의 고액 무담보 대출 등 방만한 경영은 재정 위기를 초래하였다. 이와 더불어 로열티 미지급 문제와 대여금 소송, 대규모 퇴사 사태 등도 겹치며 가이낙스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되었다. 2019년, 가이낙스의 대표가 준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된 사건은 회사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전환점이 되었다.
결국 가이낙스는 2024년 5월 도쿄지방재판소에 파산 신청을 하였고, 같은 해 6월에 공식적으로 파산 절차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가이낙스의 창립 멤버이자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연출가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성명을 통해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20년 이상 몸담았던 회사의 결말로 유감스럽지만,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구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분노를 느꼈으나 슬픔이 더 크다고 밝혔다.
다행히도 가이낙스의 주요 작품에 대한 지식재산권(IP)과 제작 자료는 흩어지지 않고 보존될 예정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권리는 이미 스튜디오 카라로 이전되었으며,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 같은 다른 IP도 관련 제작사에 양도되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노 감독은 “작품과 자료가 정당한 절차로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가이낙스의 소멸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명작이 남긴 유산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그 이면에 있는 경영 문제와 인적 자원의 유출은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