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포식자’인가 ‘파트너’인가? 상장 시장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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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앙화 거래소(CEX) 상장의 현실이 지나치게 냉혹하다는 지적이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장은 프로젝트 성공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에게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전락했다. 상장 후 수익률(ROI)이 고작 0.15배에서 0.32배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상장 즉시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초기 투자자들은 매도 압박을 받아 피해를 입는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5년 1월 이후 주요 거래소에서의 상장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상장 후 수익률 중앙값은 0.15배에서 0.25배에 불과하다. 이는 100만 원을 투자했을 경우, 15만 원에서 25만 원만 남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거래소들 중 상대적으로 나은 업비트조차 0.27배에서 0.32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은 현재의 중앙화 거래소에서의 상장이 실질적으로 프로젝트의 ‘사형 선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상장이 이렇게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는 ‘상장의 경제학’에 대한 진실을 이해해야 한다. 거래소는 유동성을 공급하고 마케팅을 지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의 가치를 착취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거래소 문턱을 넘기 위해 재단은 전체 발행량의 5~12%에 해당하는 물량을 상장 초기 마케팅 명목으로 쏟아내야 하며, 이는 매도 압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초기 투자자들에게 상장은 실제로는 프로젝트의 비전을 현명하게 실행하기 위한 시작점이 아니라, 단순히 자금을 회수하는 ‘설거지(Exit)’ 타이밍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상장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기술 개발보다도 상장 줄 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아이러니한 측면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상장이 오히려 사업 목표로 관행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이번 사이클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들은 상장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 대신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강한 기반을 다지며 성장을 이루었다. 이들은 시장에서의 인위적인 가격 조작 없이도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며 단계적으로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 기회를 얻었다. ‘선(先)상장 후(後)개발’이라는 K-코인의 낡은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거래소와 규제 당국은 이러한 수익률이 투자자 보호를 강조할 만한 지표인지 심각하게 고찰해야 한다. 거래소가 진정으로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보다는 상장비용과 수수료 수익에 의존해 ‘카지노 하우스’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규제 당국 또한 단순한 상장 폐지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불공정한 물량 떠넘기기를 막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프로젝트 운영자들에게는 CEX 상장이 더 이상 성취의 상징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준비되지 않은 상장은 지금 당장 성공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위험한 길이 될 수 있다. 불확실한 수익률의 세계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덱스(DEX)라는 환경에서 진정한 자생력을 입증할 것인지는 온전히 선택의 문제이다.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거래소에 상장되는 순간 그것이 축제가 될지, 아니면 장례식이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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