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준비 문제 지적…’잼버리 사태’와 유사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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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북 경주에 대한 준비 미흡이 외신에서 비판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글로벌 주요 기업인 등 약 2만명이 경주에 모이지만,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주는 지난해 6월 문화유산 도시로서의 상징성을 들어 APEC 개최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NYT는 “한국 정부가 스위스 다보스 포럼이나 미국 잭슨홀 심포지엄처럼 ‘소도시 국제행사’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세웠지만,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왕릉과 사찰로 구성된 지역이어서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국제공항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 고급 호텔조차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NYT는 “K팝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이 이번 APEC 회의를 문화홍보의 장으로 삼으려 했지만, 참석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어디서 자고, 어떻게 가나’였다”고 전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안보3차장은 “신속한 인프라 구축의 실패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밝히며, APEC 회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경주 인근 APEC 행사장 반경 10km 내에는 약 1만3000개의 객실이 있지만 가을 관광시즌과 겹치면서 이들 객실은 빠르게 매진됐다. 이에 주최 측은 800만 달러(약 115억원)를 투입해 지역 호텔과 기업 연수시설을 프레지덴셜 스위트(PRS) 급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정상급 인사들의 숙소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숙박난은 계속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기업인들은 인근 도시에서 행사장까지 통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도 APEC 준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NYT는 “개최지 선정 후 6개월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에 의해 탄핵됨으로써, 상당한 국가적 혼란이 이어졌다”며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까지 APEC 준비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언급했다.

숙박 시설들 외에도 여러 준비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한국 정부가 80억원을 들여 새로 마련한 목조 홀은 만찬장으로 사용하기에는 규모와 편의시설이 부족하여 다른 호텔로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NYT는 “불과 2년 전 한국 정부가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에 대한 준비 미흡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며 당시 폭염과 위생 관리 부실로 참가자들이 탈이 나고, 화장실 및 쓰레기 처리 문제까지 겹쳐 국제적 논란이 됐던 사례를 언급했다.

경주는 APEC 회의를 통해 ‘소도시에서도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모델을 확립하려 했지만, 현재 준비 과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정부는 APEC 성공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와 철저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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