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장훈 부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고령화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약화되며, 이는 경제 성장 둔화와 대출 수요 감소, 저금리 현상 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8개국의 7,114개 은행에 대한 1995년부터 2023년까지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령인구 부양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해당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0.6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고령화가 금융기관의 자산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각 은행의 총자산 대비 이자수익 및 비이자수익이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는 대출 수요 감소와 함께 저금리 환경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장 연구위원은 특히 고령화가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감소시킴에 따라 은행들이 위험자산 선호 경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중소형 은행은 더욱 취약해져 고령화에 따른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시중은행들은 고령화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이는 장기금리 하락과 담보가치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장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그는 은행들이 수익구조를 다양화하여 이자수익 의존도를 줄여야 하며, 금융당국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압박을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소형 은행과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은행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고령화가 한국의 실질금리를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하락시킨 과정도 발표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금리 하락의 주된 원인은 출산율 저하보다는 기대수명 증가로 확인되었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의 은퇴 대비 저축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금리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과 같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중인 국가에서 이러한 분석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