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가 하루 1만보를 걷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더욱 효과적으로 낮춘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무려 3만6000여명의 고혈압 환자를 분석하여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 연구는 영국 바이오의학 데이터베이스인 UK Biobank를 사용하여 진행되었으며, 이들 중 평균적인 나이는 64세로 손목에 착용한 가속도계를 통해 7일간 걸음 수 및 속도를 측정하였다. 연구 결과, 하루 2300보를 기준으로 매일 1000보씩 더 걸었을 때, 주요 심혈관 사건(급성 심혈관계 사건, MACE) 발생 위험이 최대 1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부전 위험은 22.4%, 심근경색은 9.3%, 뇌졸중은 24.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고혈압이 없는 그룹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하루 1000보의 증가에 대해 MACE 위험은 20.2%, 심부전은 23.2%, 심근경색은 17.9%, 뇌졸중은 24.6%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통계는 고혈압이 세계적으로 약 12억8000만명이 앓고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은 심장병 위험을 49%, 뇌졸중 위험을 62%, 심부전 위험을 77~89% 증가시킨다.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루 걸음 수와 주요 심혈관 질환 사이의 용량-반응 관계를 입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며 “고혈압 환자는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강도 높게 걷는 것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하루 1만보에 미치지 않더라도, 신체 활동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표본과 가속도계 기반의 정확한 데이터 측정, 그리고 영국 사망 및 원인 자료의 활용 등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연구의 한계로는 신체 활동량 변화에 대한 반영이 없고,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언급되었다. 고혈압 환자들은 이 연구를 통해 자신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