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수납하지 못한 금액이 5300억원에 이르며, 수납률이 26.4%로 최근 5년 중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공정위의 법적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체납액 징수 능력이 저하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공정위의 과징금 징수결정액은 7180억원으로, 이 중 실제 수납액은 1896억원에 불과했다. 미수납액은 5283억원으로, 이는 2022년의 5330억원에 이어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전년의 수납률이 최저 45%에서 최고 65%까지였던 것에 비해 현재 수납률이 급격히 낮아진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올해 미수납액 중 법원에서 과징금 부과가 유예된 금액, 즉 징수유예액이 2096억원(39.6%)에 달한 것이다. 이는 과거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로, 이로 인해 기업이 과징금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가 최종적으로 승소해야만 과징금을 수급할 수 있는 구조는 체납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별다른 사유 없이 과징금을 미납하는 임의체납액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이와 관련된 체납액은 781억원(14.8%)으로, 2020년의 363억원(11.7%)과 비교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미수납액에는 과징금을 분할납부 신청한 경우와 같이 납기 기한이 남은 납기미도래액도 포함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과징금 분납 징수인 쿠팡에 부과된 1600억원의 과징금으로 인해 수납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에서 징수 담당 인원은 1명에 불과하며, 이로 인해 과거 국세청에 징수 업무를 위탁했으나 인력 문제로 현재 중단된 상황이다. 윤 의원은 “과징금 임의체납 증가와 체납기간 장기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어 공정위의 체납관리 체계 전반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징수유예 비중이 높아진 만큼 과징금 처분의 정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공정위의 과징금 수납률 저하와 체납 관리 능력 부족은 기업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