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20% 비싸게 거래되던 ‘김치프리미엄’이 최근 한 달여 만에 1%대로 떨어지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 거래가는 14% 급락했으며, 국제 금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11일 KRX금시장에서 1kg 금현물(24K, 순도 99.99%)의 1g 당 거래가는 전날 대비 0.87% 떨어진 13만8670원에 마감됐다. 이날 국제 금시장에서 동일 상품은 93.25달러에 거래되어, 국내외 금 괴리율은 1.97%로 계산되었다. 지난해 14일 KRX금시장 종가 기준으로 괴리율은 20.1%에 달했고, 장중에는 괴리율이 24%까지 치솟기도 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부장은 “국제 시세보다 20% 비싼 금값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발생하여, 국내 금값이 약 2주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 괴리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국내 금 가격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국내 금값의 최고봉 이후, 국내 금값은 10일까지 14.5%가 급락했으나 국제 시세는 0.001% 하락에 그쳤다.
최근 15거래일 동안 국제 시세가 9거래일간 상승했지만 국내 금값은 단 5일만 상승 마감했다. 국내 금값에 밀접하게 연관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도 국내 금값의 프리미엄이 축소됨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3.7%이다. 한국투자운용은 지난달 20일 이 상품에 대한 단기적 충격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ACE KRX금현물 상장지수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 중 47.9%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금값 괴리가 커졌던 시기에 이 상품을 새로 매수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월 이전에 이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최근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었다.
국내 금값의 괴리가 해소됨에 따라 금 거래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11일 KRX금시장에서 24K 금현물의 거래량은 35만3329g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14일 대비 56%가 줄어들었다. ACE KRX금현물의 거래량도 108만 건에 그쳐 한 달 전보다 68%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향후 금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정학적 위기와 중앙은행의 강한 매수세로 인해 금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