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블라인드 펀드 출자 일정과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홈플러스의 회생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어 국민연금이 좀 더 보수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일반적으로 3~4월에 발표하는 블라인드 펀드 출자 공고를 올해 하반기로 연기하고, 그 출자 규모도 지난해 약 1조 원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출자 규모는 수천억 원대로, 이는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MBK가 투자한 홈플러스의 회생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고, 국민연금이 이전에 출자했던 MBK 블라인드 펀드의 결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민연금은 1건당 출자액을 1000억 원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홈플러스(5826억 원), 11번가(3500억 원) 등 대규모 투자의 손실을 경험한 바 있어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만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게 되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도 조 단위 딜 성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기관 투자자들, 즉 연기금, 공제회 및 보험사 등도 보수적으로 사모펀드 출자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사모펀드가 1건당 투자할 수 있는 규모가 최대 4000억 원에 불과해, 1조 원 이상의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주요 사모펀드들은 지난해까지 자금 모집을 마무리한 상태로, 대규모 출자의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으로부터 올해 3000억~4000억 원을 이미 출자받은 우수 운용사 글렌우드PE의 경우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출자 축소는 해당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자본시장에서 균형 잡힌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