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자본시장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고평가된 주식의 차익 실현에 나섰으며, 실적 상승이 기대되는 기업들의 지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이수페타시스 주식 208만9753주를 팔아치웠다. 이수페타시스는 최근 CNT(탄소나노튜브) 제조업체 제이오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었으나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이수페타시스의 지분을 대폭 줄여 10.74%에서 7.43%로 감소시켰다.
증권업계에서도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CNT 시장 진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 EPS(주당순이익) 희석을 유발할 것이며, 과거와 같은 높은 멀티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논란에 휘말렸던 DB하이텍의 지분도 감축했다. 지난해 10월에 44만9770주를 줄인 뒤, 11월 29일에는 추가로 45만7602주를 매도하여 전체 지분율을 9.32%에서 7.27%로 낮추었다. DB하이텍은 KCGI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소액주주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분 축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다른 종목에서도 차익 실현을 강행했다. 지난 하반기 공모 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한 고려아연의 지분도 7.49%에서 4.51%로 줄였다. 반면, 향후 기업 가치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예를 들어,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이마트의 지분율을 7.95%에서 10.01%로 늘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G마켓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해상운송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인 HL만도, 현대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민연금이 장기적 투자 전략에 입각해 변동성이 큰 주식에서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향후 달라질 수 있는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