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2조 원 규모의 홍수 방지 사업 예산이 비리로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근 미스 필리핀 어스 대회에서 우승한 20대 여성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주목받고 있다.
미스 필리핀 어스 조이 바코마(26)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수 방지 사업의 부패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필리핀은 태풍과 홍수 피해가 잦은 지역으로, 지난 3년간 정부는 수천 건의 홍수 방지 사업에 총 5500억 필리핀 페소(약 13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치인과 공무원들에 의한 뇌물 수수 및 비리로 인해 약 423억에서 1185억 필리핀 페소(약 1조300억에서 2조8800억원)의 예산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20여 명의 의원과 공공사업 관리자들이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코마는 “오늘 우등 졸업장을 받은 정치인들에게 축하를 전한다”라며 최근의 정치적 논쟁을 비꼬는 발언을 올렸다. 그런 가운데 일부 팬들은 “대회에 집중하라. 이런 발언으로 괜히 욕만 먹는다”며 그녀의 소신 발언을 걱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바코마는 “사회적 불의는 환경적 불의로 이어진다. 옳은 일을 위해 비난받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라고 입장을 확고히 했다.
또한, 그녀는 “이러다 국제 대회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특권이 있을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가장 큰 상실이다”라고 반박하며, “국민과 사명을 저버리고 얻는 왕관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나의 목소리와 신념은 언제나 필리핀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 어떤 타이틀보다 더 무겁다”라고 말했다.
바코마는 지난 8월 10일 미스 필리핀 어스로 선발됐으며, 올해 말 열리는 국제 미스 어스 대회에서 필리핀의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미스 어스 대회는 미스 월드, 미스 유니버스, 미스 인터내셔널과 함께 세계 4대 미인 대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바코마는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미스 필리핀 어스로서 환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라며 지지하는 의견을 남겼다. 바코마의 용기 있는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필리핀 사회에서 중요한 대화의 시작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