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공급 과잉 우려로 약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 거래일보다 2.7% 하락한 배럴당 55.27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한때 배럴당 54.98달러까지 하락해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2.7% 하락한 배럴당 58.9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러한 유가 하락은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와 함께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감이 맞물리며 발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유가에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일 크리스마스를 시한으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급 차질 우려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들은 수년간 유지되어 온 감산 기조를 사실상 종료하고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에는 공급 과잉 규모가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르 알 알리 블룸버그 전략가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증거가 쌓여가고 있으며, 이달 들어 원유 시장의 매도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역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11월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6만4000건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4.6%로 상승하여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우려를 증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수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러시아의 석유 인프라 공격과 미국의 대러 제재가 신속히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경우 단기적으로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대러 제재 해제가 이루어질 경우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제유가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MUFG)의 김수진 애널리스트는 “OPEC+와 다른 지역의 생산 증가가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과 함께 작용하여 유가에 추가적인 하방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연간 기준으로 하락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