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가 미국 법원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의 발행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미국 연방검찰은 그에게 최대 12년형을 구형할 계획이며, 나머지 7개 혐의는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권씨가 미국에서 형기에 일부를 복역한 후 한국으로 이송될 가능성도 열리게 되었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및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권씨는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사기 공모 및 통신망 사기라는 두 가지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검찰에 자신의 재산 중 1천930만 달러(약 267억 원)와 일부 부동산을 몰수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법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사기를 공모했으며,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 행위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법률에 따르면, 사기 공모 혐의의 최대 형량은 5년이며, 통신망 사기는 20년으로 총 25년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검찰은 최대 12년형만을 구형하기로 했으며, 권씨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고 합의의 조건을 준수할 경우 국제수감자 송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남은 형기를 복역할 수 있도록 미 법무부는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폴 A. 엥겔마이어 판사는 여전히 권씨에게 최대 2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2025년 12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다. 테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으로, 2022년 봄에 폭락하여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의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은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큰 불안을 가져왔으며, 결과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권씨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모두 기소된 상태이다. 그는 지난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려다 여권 위조 혐의로 체포된 후 복역했으며, 올해 1월에는 미국으로 송환됐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합의에 따라 피해자 배상 차원에서 44억7천만 달러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
뉴욕 남부연방검찰은 2023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 사기, 상품사기, 시세 조종 공모 등의 혐의로 총 9개 혐의를 제기했으며, 이후 자금세탁 공모 혐의도 추가됐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30년형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미국 송환 직후 열린 기소인부 심리에서 무죄를 주장하다가 이번에 입장을 변경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