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그룹 의장에 피에라카키스 재무장관 선출

[email protected]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유로그룹의 의장국에 선정되었다. 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선거에서 경쟁자인 빈센트 반 페테검 벨기에 부총리를 누르고 유로그룹 의장으로 뽑혔으며, 그는 12일에 공식 취임하여 앞으로 2년 반 동안 유로존 주요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피에라카키스 장관의 의장 선출은 그리스가 불과 10여 년 전 방만한 재정 지출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상황에서 극적인 변화를 이룩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당시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 직전까지 갔으며, 이후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회생의 길을 걸었다.

2010년에 시작된 재정 위기로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3번에 걸쳐 총 289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2018년 8월에는 8년 만에 구제금융 체제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는 유로그룹으로부터 혹독한 긴축과 구조개혁을 요구받았으며, 이는 그리스 정부 관료들에게 “사이코패스의 집합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는 2010년대 초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인 ‘피그'(PIIGS) 국가 중 하나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는 관광 산업의 활성화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과 유로존 내에서 가장 높은 투자율, 그리고 재정 흑자를 기록하며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변모했다. 이는 유로그룹 의장으로서의 피에라카키스 장관의 자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선거는 그리스와 유로존에 중요한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으며,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그리스는 지난 10년 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며 피에라카키스 장관의 의장 선출이 그리스와 EU 양측의 발전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인정이라고 언급했다.

피에라카키스 신임 의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한 컴퓨터 과학자 출신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그리스 디지털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올초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뒤, 이번 유로그룹 의장 선출로 그리스의 위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당초 유로그룹 수장으로 유력했으나 불확실한 정치 상황에 부딪힌 페테검 벨기에 부총리는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이는 그리스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유로그룹 내의 다자간 협상에서도 그리스의 목소리가 강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