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가득한 물류센터 시장에서 기업들이 공매로 나온 물류센터를 헐값에 매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제분은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위치한 상·저온 물류센터를 약 6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물류센터는 지난해 7월 사용승인을 받은 뒤에도 오랫동안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 문제에 시달렸다. 결국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서 EOD(기한이익상실) 상태에 이르렀고, 올해 5월 공매에 나왔다.
해당 물류센터는 다섯 차례의 공매 입찰에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되었고, 매각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대한제분은 매도자인 백사도립PFV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감정평가액 834억원 대비 약 28%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하게 되었다. 이는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저렴한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사도립PFV의 주요 주주인 대신증권은 공매가 시작된 이후, 이전 유동화회사가 발행한 PF ABSTB(자산담보부 전자단기사채)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이는 공매로 넘어간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돌리는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경기도 이천의 물류센터는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의 구조로 연면적 4만347㎡ 규모를 자랑하며, 중대형 물류센터로 분류된다.
올해 들어 NPL(부실채권) 성격의 거래가 급증하며 다른 물류센터도 비슷한 경로로 거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람코자산운용은 공매 유찰된 이천 푸드누리 물류센터를 감정평가액 1400억원보다 35% 낮은 908억원에 매입했다. 이 경우 임차인은 빙그레 물류 계열사인 ‘제때’로, 코람코자산운용은 제때와 10년간 마스터리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수도권 물류센터의 거래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건수 13건 중 6건이 경공매 거래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페트라빌자산운용은 우리자산신탁이 관리하던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부필리 물류센터를 감정평가액 1860억원 대비 약 30% 할인된 가격인 1320억원에 매입하였다.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전체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에서 동남권과 남부권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NPL 성격의 거래로 보여진다”며 설명했다. 이처럼 시행사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상환에 실패하면서 시공사가 대위변제 후 소유권을 취득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는 점은 경제의 불황이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