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경기 호황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인수했던 기업들이 큰 폭으로 가치 하락을 겪으면서 한국의 주요 상장사들이 ‘빅배스’ 즉 대규모 손실 인식을 단행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수 기업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이로 인해 상장사들이 경영 성과를 조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분기는 기업의 리더십 교체 및 회계 연도의 결산이 이뤄지는 시점이므로, 이 시기에 손실 인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이마트와 같은 대기업들은 이 시점에 큰 손실을 보고했다. 예를 들어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에 771억 원의 영업적자를 발표했으나, 통상임금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를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120억 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순손실은 5963억 원에 달하게 되었고, 이는 2021년 3조4000억 원에 인수한 지마켓의 영업권 손상차손 2691억 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시장 가치보다 웃돈을 주고 인수한 기업의 영업권은 매년 검토가 필요하며, 장부 가치 이하로 공정 가치가 하락할 경우 연말에 손상차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기간 적자로 재무 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이 지난해 발표한 빅배스는 신용평가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EBITDA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빅배스의 부담이 적은 셈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에 23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은 1조1207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2022년 2조7000억 원에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가가 반토막 난 영향이다. 한화솔루션의 경우에는 개별 자산 매각으로 인해 1210억 원의 일회성 이익이 발생해 영업이익이 1070억 원으로 확대되었지만, 순손실은 1315억 원에 달했다. 이 또한 미국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2021년에 인수한 REC실리콘의 손상차손이 600억 원 이상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15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2600억 원을 초과하여 순손실은 1조64억 원에 도달했다. 아모레퍼시픽 및 스카이라이프도 비슷한 상황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손상차손을 더하고, 2020년도에 인수한 기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인수 후 겪는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손실 인식은 그들의 미래 재무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신중한 경영이 더욱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