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는 중국 기업에 인수된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 넥스페리아(Nexperia)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첨단 기술과 관련된 서방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조치로, 네덜란드 경제부 장관은 이 회사의 이사회 결정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이 조치는 ‘상품 가용성 법(Goods Availability Act)’을 처음으로 발동한 결과로, 지난 9월 30일에 결정이 내려졌지만 공식 발표는 13일에 이루어졌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가 심각한 거버넌스 결함과 위험 행위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이 회사의 반도체 제품이 공급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영업 활동은 계속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조치의 배경에는 유럽 당국이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중국의 윙테크(Wingtech)가 핵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윙테크는 지난 9월 30일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넥스페리아와 그 자회사가 향후 1년간 자산, 지식재산권, 인력 등에 변동을 가할 수 없다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암스테르담 항소법원은 윙테크의 창립자 장쉬에젱(張學政) 회장의 넥스페리아 및 그 지주회사의 이사직을 정지하고, 독립적인 외국인 임시 이사를 임명해 의결권과 대표권을 맡기도록 결정했다. 넥스페리아의 대다수 주식은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이 수탁 관리할 예정이다.
넥스페리아는 2017년 필립스 반도체로부터 분사한 NXP 반도체의 표준 제품 사업부로 설립되었으며, 2019년에 중국 윙테크에 인수됐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TVS(과도전압 억제) 소자 등으로, 자동차와 소비자 전자 부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윙테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정학적 편견의 결과라고 반발하며, EU가 내세운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측에서도 강력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외교부 대변인은 특정 국가와 기업을 겨냥한 국가 안보 개념의 일반화에 반대한다고 밝혀, 경제적 이슈를 정치화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국제 반도체 시장과 기술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정세는 더욱 복잡하게 얽힐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