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수상한 리처드 롭슨, 금주철칙 깨고 와인 한 잔으로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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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명예교수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진지하게 축하하며, 오랜 금주 습관을 깨고 와인 한 잔을 즐겼다. 이 소식은 8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으로부터 수상 통보를 받은 후에 전해졌다. 롭슨 교수는 멜버른 외곽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조용히 이 기쁜 소식을 맞이했다.

롭슨 교수는 공식 발표 30분 전에 수상 소식을 통보 받았으며, 인터뷰에서 “저녁으로 생선을 요리하고 식사 후 설거지를 하며 소박하게 축하했다”고 전했다. 건강 문제로 수년간 음주를 삼가던 그가 이날은 특별히 와인을 즐겼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이런 일이 인생의 마지막 구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무척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어리둥절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리처드 롭슨 교수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형성되는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를 처음 고안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MOF는 분자 수준의 기공을 통해 다양한 물질을 흡착하거나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롭슨 교수는 1974년에 MOF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이후, 1989년까지 이 개념을 발전시켜 구리 양이온을 기반으로 한 MOF 구조를 실험실에서 구현하기에 이른다.

초기 MOF는 구조의 불안정성으로 쉽게 붕괴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롭슨 교수의 연구는 일본 교토대의 기타가와 스스무 교수와 미국 UC버클리대의 오마르 야기 교수의 발전적인 연구로 이어졌다. 이들 역시 올해 노벨화학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위원회는 “롭슨 교수가 만든 초기 MOF는 비록 구조가 약했지만,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MOF 연구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수만 종의 MOF가 개발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산화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고밀도 에너지 저장 등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활용되고 있다. 하이너 링케 노벨화학위원은 “MOF는 예측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물질이며, 맞춤형 기능성 소재 개발을 가능하게 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멜버른대 마크 캐시디 연구부총장은 “롭슨 교수는 평생을 화학 연구에 헌신해온 학자”라며 “오늘은 그의 헌신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날”이라고 축하했다. 롭슨 교수의 업적은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이룬 성과는 기후 및 에너지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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