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의 디지털 자산 거래자들이 주요 해외 거래소에 낸 수수료가 4조772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국내 5대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의 영업수익의 2.7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국내 거래소의 규제가 매우 엄격해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28일 타이거리서치와 카이코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에 2조7326억원, 바이비트에 1조1194억원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그 외에도 OKX, 비트겟, 후오비 등 다른 해외 거래소들도 한국 투자자들 덕분에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올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124조원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매수한 것으로, 올해 전체 유출 규모는 1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의 45조5000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거래소가 다양한 투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반면, 해외 거래소는 레버리지와 파생상품 거래에서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낸스와 바이비트는 보유 자산 대비 수십 배 규모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를 지원하며, 위험성을 고지하면서도 고위험 투자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현재 한국 거래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한국은 디지털 자산 투자 활동이 매우 활발하지만, 산업 생태계 구축과 기술 혁신, 글로벌 경쟁력에서는 해외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유동성과 거래 수요가 해외 플랫폼의 성장을 이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는 개인 거래 수수료 외에 스테이킹, 블록체인 리워드, 기관 거래 수수료 등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주요 거래소들은 개인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업비트의 경우 전체 매출의 97.94%가 개인 거래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산업 육성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더 실험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며, 현재는 준비 상태가 진행 중이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lament했다.
전통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사들이 여유롭게 디지털 자산 사업에 뛰어드는 반면, 한국의 금융사들은 ‘금가분리’ 규제의 장벽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은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자산 외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포함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도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비판이 많다. 더욱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전반적인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해외로 유출된 자금이 국내 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규범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자금 유출 방지 차원에서 벗어나,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