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함량을 높이고 칼로리를 낮춘 ‘단백질 과자’가 지금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단순히 건강식품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1950년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체제 경쟁 속에서 발전된 전투식으로 시작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운동선수들이 소련의 운동선수를 이기기 위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 비밀 무기였다.
현대 단백질 과자의 기틀을 세운 인물은 미국의 보디빌더이자 영양학자인 존 보슬리 지글러 박사다. 그는 태평양 전쟁에서 참전한 뒤, 1950년대 초 미국 역도 국가 대표팀의 영양학자로 활동하며 선수들의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합성 단백질 파우더를 개발하였고, 이는 당시 스포츠 보충제의 개념을 한층 발전시켰다. 더 나아가, 소련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주사받아 근육을 키운다는 소문을 듣고, ‘디아나볼’이라는 최초의 스테로이드 약물을 만들었다. 이 약물은 운동선수들의 근력을 단기간에 증대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1950~1960년대는 냉전의 절정기였고, 미소(PAR) 간의 체제 경쟁은 스포츠 분야까지 확산되었다. 소련을 이기기 위한 압박 속에서 미국 선수들은 처방량의 20배에 해당하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글러 박사는 그러한 상황을 악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 197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테로이드를 금지 약물로 지정하게 된다. 자신이 개발한 약물로 인해 선수들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깨달은 그는, 결국 운동계를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글러 박사가 남긴 합성 단백질 파우더는 이후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보디빌더이자 역도 선수인 밥 호프만은 이 제품을 상업화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그는 당초 가루 형태로만 판매되던 단백질 파우더를 과자와 빵에 첨가하며 단백질을 접근성 있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 최초의 단백질 과자인 ‘하이 프로틴 퍼지’가 탄생하였다. 호프만은 가루의 강한 냄새와 이상한 식감을 개선하기 위해 달콤한 과자 안에 단백질 파우더를 넣어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이러한 과자의 성공 이후, 대형 식품 기업들이 단백질 제품 개발에 진출하고 보충제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였다. 현재, 단백질 과자는 일반 과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자주 소비되고 있으며,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더욱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의 단백질 시장은 2018년 800억 원에서 2023년에는 4500억 원으로 다섯 배 성장하였고, 미국 시장 역시 2022년 120억 달러에서 향후 2033년에는 2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단백질 파우더는 처음에는 스테로이드와 함께 사용된 소련 운동선수를 물리치는 비밀 무기였지만, 현재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현대인의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존 보슬리 지글러 박사는 ‘스테로이드의 발명가’라는 오명을 남겼지만, 동시에 건강식품 시장에도 중요한 유산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