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만이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발표한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대만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4월에 발표된 3.3%에서 무려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대만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6.8%에 달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대만의 경제 성장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중심으로 대만 기업의 수출과 설비 투자가 증가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만은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기업들이 제품을 선별적으로 미리 수출하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전략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수출 증가율은 1분기 19%에서 2분기에는 35%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ADB에 의해 종전 1.5%에서 0.8%로 하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대만의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의 6배에 달하며,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도 22년 만에 대만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ADB의 예측에 따르면, 내년에도 대만(2.3%)이 한국(1.6%)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성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정책적인 대응을 강화한 결과이며, 이를 통해 반도체 장비 투자에서도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 규모는 136억 달러로, 대만의 158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구매 방식이 대만보다 35억 달러가량 많았지만, 현재의 투자 흐름은 대만의 AI 반도체 시장의 활황 속에서도 뒤쳐진 상태이다.
최근 ADB는 한국과 대만의 산업 생산을 비교하며, 대만이 AI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의 증가로 제조업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국의 관세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을 진단했다. 이러한 경과로 대만의 경제는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흐름이 지속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