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전통적인 맥주 소비 문화가 위기에 처했다. 최근 발표된 독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독일의 맥주 판매량은 약 39억 ℓ에 그쳐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이는 199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32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특히 2005년 112ℓ에 달했던 1인당 평균 맥주 소비량이 지금은 90ℓ도 밑돌고 있다. 2013년 107ℓ와 비교할 때, 단 10년 만에 19ℓ가 줄어들며 독일은 1인당 맥주 소비 세계 8위로 떨어졌다. 현재 체코가 30년 넘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스페인도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의 맥주 소비 감소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고령화 사회와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젊은 세대의 음주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특히 호텔과 식당에서의 맥주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변화가 와인의 판매가 꾸준히 내려가는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C&A 벨틴스 양조장의 폴커 쿨 대표는 “독일에서 맥주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지만, 여러 잔을 마시는 소비 패턴은 사라졌다”며 개별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를 지적했다. 또한 최근에는 무알콜 맥주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서 판매되는 맥주 중 9%가 무알콜 제품으로, 뮌헨에서는 무알콜 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노천 주점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 맥주 산업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맥주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5년간 독일에서 약 100개의 양조장이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 폐업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의 맥주 문화는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 있으며, 산업에 대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