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에서 개인이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성별을 선택하고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시행된 후, 9개월 동안 2만 2000명 이상의 시민이 성별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법은 지난해 11월에 발효되어 올해 7월까지의 성별 변경 통계를 집계한 것으로, 초기 두 달 동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비율은 33%,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비율은 4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안은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든지 법원의 판단 없이 또한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미성년자도 행정 절차를 통해 성별과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성별은 남성, 여성, 다양, 무기재 네 가지이며, 성전환 수술이나 정신과 진단도 요구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기존의 절차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 시행으로 인해 몇 가지 문제점 또한 드러나고 있다. 극우 성향의 활동가가 교도소 수감을 앞두고 자신을 여성으로 바꾸고 여성 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활동가는 수염을 유지한 채 립스틱과 귀걸이를 착용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여성 인권운동가’라고 소개하였는데, 이는 법이 단순히 성별만으로 수감 장소를 결정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규정은 진보 성향의 ‘신호등’ 연립정부, 즉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의 주도로 도입되었으나,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은 이번 법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SPD와의 연정 협의로 올해 5월,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아동 및 청소년,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오는 2024년 7월까지 검토하기로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번 법을 통해 개인의 성별 결정권을 강화하고, 기존의 차별과 인권 침해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악용 가능성과 사회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법안이 향후에도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성별 선택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부작용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