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 상황에서 기업들의 외화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외화 대출 잔액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기업들이 갚아야 할 빚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외화 대출금 잔액은 총 88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23억 달러보다 4.1%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외화 대출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높은 금리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원화가치가 작년 3분기 1307.8원에서 1402.9원으로 급락하면서 실질 부채는 늘어났다.
이로 인해 원화로 환산된 기업들의 대출금은 지난해 3분기 120조7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2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환율의 영향으로 대출을 줄인 기업들이 앞으로도 더 많은 빚을 지는 셈이다. 원화 가치가 10원 하락할 때마다, 이들 기업은 8849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아야 하는 구조이다.
고환율은 특히 내수 위주로 운영하는 기업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외화 대출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원화로 매출을 올렸지만, 달러로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만 달러를 갚기 위해 1308만원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1403만원이 필요해 약 100만원가량의 추가 부담을 지게 되었다.
이러한 고환율이 기업 대출 연체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 지난 3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이 1.03%를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환율로 인한 더 많은 기업들이 지급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은행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를 고려해 외화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가치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 원화 가치가 또다시 하락하였다. 9일 기준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는 1472.3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최근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높은 국가부채율과 부족한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원화 가치의 장기적인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더욱 신중하게 부채 관리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의 경제 상황의 변동을 면밀히 주시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