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전통문화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쿠마리’가 최근 두 살짜리 소녀 아리야타라 샤카(Aryatara Shakya)로 새로 선출되었다. 쿠마리는 네와르(wwar) 민족의 전통으로, 힌두교와 불교 신자들에게 신성한 존재로 숭배받는 ‘살아있는 여신’이다. 이번 선출은 30일(현지시간) 이루어졌으며, 아리야타라는 카트만두에서 가족과 지지자들과 함께 성대한 행진을 통해 새로운 여신의 자리를 차지했다.
쿠마리의 선발 과정은 매우 엄격하며, 보통 2세에서 4세 사이의 소녀 중에서 흠 없는 피부와 눈, 치아, 머리카락을 지닌 자가 선출된다. 또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며, 네와르 공동체의 샤카 가문 소녀들 중에서만 선택된다. 그녀의 부모는 아리야타라가 특별한 운명을 지닌 소녀라고 믿고 있으며, 아버지 아난타 샤카는 임신 중 아내가 여신이 되는 꿈을 꿨던 일을 회상하며 딸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감격을 표했다.
쿠마리로서의 삶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녀는 사원에 은둔 생활을 하며, 몇몇 지정된 친구들 외에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그녀가 외출할 수 있는 기회는 매년 여러 차례 열리는 축제일 뿐이며, 이로 인해 은퇴 후 일반적인 학교 생활이나 사회 적응이 어렵다. 전직 쿠마리와 결혼한 남성이 요절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미신 때문에 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현대화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쿠마리는 개인 교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은퇴 후에는 네팔 정부로부터 매월 약 110달러(약 15만원)의 연금을 지원받는 제도가 생겨났다. 이는 과거 전통에서의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현대 사회에 통합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아리야타라는 오는 10월 2일에 네팔 대통령을 포함한 신자들에게 첫 공식 축복을 내릴 예정이며, 그녀가 차지할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쿠마리 제도는 네팔의 고유한 문화유산이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어떻게 지속될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