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냉전 속 블록체인과 패권 경쟁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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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금융 자산을 넘어서 새로운 통화 질서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국가 간 패권 경쟁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선민 인하대 교수의 저서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디지털 통화의 전환기를 단순한 금융 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본 최초의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전략, 글로벌 확산, 그리고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 질서의 경쟁에 대한 통찰을 다섯 편의 시리즈로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 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그리고 전쟁의 무대는 블록체인 위에 있다”고 강조하며, 과거 냉전의 군사력과 이념 대립과 달리, 현재의 경쟁은 데이터, 통화, 그리고 기술 인프라를 둘러싼 ‘디지털 패권 전쟁’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 전쟁의 중심에는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디지털 패권 경쟁은 더욱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민간 주도의 디지털 달러 체제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CBDC)를 통해 국가 주도의 블록체인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양대 접근 방식을 “자유 대 통제, 시장 대 국가의 구조적 대립”으로 규명한다.

미국의 전략은 탈중앙화 생태계를 지향하며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적 모델을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완전 통제를 지향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접근은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인 ‘신뢰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디지털 패권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자산 시장에 통합하여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융 위기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잡았고, 스테이블코인은 경제 시스템 내에서 달러의 대체제로 기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비트코인 전략보유와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은 탈중앙화 경제의 자립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위안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 간의 무역 결제에서 디지털 위안을 활용하여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 주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디지털 위안은 강력한 효율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감시 시스템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블록체인이 ‘투명한 자유’를 암시한다면, 디지털 위안은 ‘감시의 투명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양극 구조 속에서 한국, 인도, 동남아,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은 점차 ‘디지털 비동맹 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이선민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을 “디지털 비동맹운동(Digital Non-Aligned Movement)”이라고 명명하며, 각국이 독자적인 스테이블코인과 CBDC,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술 종속을 피하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21세기 패권 경쟁은 더 이상 군사력이나 무역이 아닌, 디지털 화폐 중심의 기술 네트워크 경쟁”이라고 결론 지으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국가 간 신뢰와 자본의 흐름, 가치 sovereignty를 둘러싼 새로운 ‘통화 전쟁’의 핵심 무기임을 명확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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