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출산 선호 현상이 3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에는 ‘아들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의 여론 조사에서는 ‘딸이 더 좋다’는 응답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인터내셔널이 2024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 응답자의 28%가 ‘딸’을 원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아들을 선호하는 응답(1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 스페인, 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여아 선호율을 나타내고 있다.
1992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당시 한국인의 58%가 아들을 원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로, 약 30년 만에 성별 선호가 완전히 변화한 것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아들 선호가 우세하지만, 30대와 40대 여성의 경우 절반 가까이 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또한 한국리서치가 2024년 6월에 발표한 ‘2024 자녀·육아인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62%에 달했으며, 반면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출생 성비 변화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16.5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05.1명으로 감소하여 자연 성비 범위에 속하게 되었다.
여아 선호 현상의 배경에는 성 역할 인식의 변화, 미혼 남성의 증가,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지역에서 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특히, 노후 부양과 돌봄 부담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양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의 82.4%가 여성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딸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식의 전환을 넘어 저출산 및 고령화 시대의 가족 구조와 돌봄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들을 낳아야 가문을 잇는다’는 전통적인 사고가 사라지는 대신, ‘딸이 부모의 노후를 더 잘 지켜준다’는 새로운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출산 선호가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가족 형태 및 사회 구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