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2025 유럽 암호화폐 채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암호화폐 수용 규모가 3,763억 달러, 즉 약 52조 3,057억 원에 달하며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중부와 북부, 서유럽 그리고 동유럽을 통합 분석한 최초의 사례로, 체이널리시스는 지역 구분 방식을 재조정하여 현재의 암호화폐 활동과 지정학적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수용량은 전년 대비 48% 증가했으며, 영국은 같은 기간 2,732억 달러(약 37조 9,348억 원)에 그쳐 약 30%의 격차를 보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급성장은 두 가지 주요 요인으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암호화폐 전송이 증가한 것이며, 두 번째는 탈중앙금융(DeFi)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수용의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가 디지털 자산을 국가 전체에 통합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서방 국가들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제재 회피 및 내부 자산 흐름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탈중앙금융의 발전은 유럽 대부분에서 공통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훨씬 더 공격적인 대응을 보여주고 있으며, 디지털 금융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 경제가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거시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 성장 이상으로, 러시아가 지정학적 관계와 경제적 환경 속에서 디지털 자산의 수용 및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사례는 과연 글로벌 경제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목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