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전쟁 이후 와인 생산량이 25% 증가하며 ‘와인 애국 소비’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의 국내 와인 생산량이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하여 자급자족을 강조한 결과로 분석된다.
러시아 와인 생산의 3분의 1이 흑해 연안의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체 경제에서 와인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2024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국내 와인 소비량은 8억 1000만 리터에 이르고, 생산량은 4억 7000만 리터에서 5억 4000만 리터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자국 와인 생산을 늘리게 된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경제 제재가 큰 역할을 했다. 서방 국가들의 와인이 러시아로 수입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당국은 미국 및 유럽 일부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와인의 관세를 25%로 인상하여,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와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드’ 등 유명 수입 와인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국내산 대체 와인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한편, 반대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주류인 보드카 생산량은 급감하고 있다. 러시아 RBC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2월 국내 보드카 생산량은 7600만 리터에 그치며 26.3%가 감소했는데, 이는 거의 10년 만에 최저치이다.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미하일 니콜라예프는 국산 와인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산 와인과 스타일은 유사하나 가격이 더 저렴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애국심을 강조하며 국산 와인만 소비하는 경향도 일어나고 있으며, 정부는 소매점에서 최소 20%의 국산 와인을 판매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 비율을 30~40%로 상향 조정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포도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토지 사용 목적 변경을 용이하게 하도록 지시했다.
크림반도에서도 와인 생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으로,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의 행정책임자는 포도원 확장에 올해 7억 3800만 루블(약 128억 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과거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는 2013년까지 두 번째로 많은 와인 생산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는 서방 국가들이 크림반도산 상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생산된 와인은 내수 시장에서만 소비되고 있다.
이번 와인 열풍은 경제 제재 속에서 러시아 내의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앞으로의 러시아 내 와인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