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런던이 최근 휴대전화 절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런던에서 신고된 도난 휴대폰 수는 약 8만 대에 달하며, 하루 평균 220대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이는 전년도 6만4000대보다 25%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전체 범죄율은 감소하는 한편, 휴대폰 절도 사건은 급증해 런던의 모든 절도 사건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가의 원인으로 2010년대의 긴축 정책에 따른 경찰 예산 축소와 인력 부족, 경범죄 단속의 약화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급속히 확산된 전기자전거가 절도범들의 빠른 도주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이로 인해 범죄가 일상화되고 있다. 도심에서는 복면을 쓴 범인들이 보행자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고, 전기자전거로 곧바로 도주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도난된 휴대폰은 단순한 거리 범죄에서 벗어나 국제 밀수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피해자가 ‘내 아이폰 찾기’ 기능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추적한 결과, 히드로 공항 인근의 창고에서 홍콩행 화물 상자 안에 들은 도난 휴대폰 1000대가 발견되었다. 이는 경찰의 총기 및 마약 수사팀을 동원한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졌고, 많은 도난 전화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수사에 따르면, 범죄 조직은 세 가지의 주요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직접 절도를 수행하는 범죄자, 두 번째는 절도된 휴대폰을 구입하고 중고 매장에 유통하는 중간상, 마지막으로 이 물품들을 해외로 밀반출하는 조직이다. 이렇게 조직화된 범죄망은 런던 경찰청에 의해 최근 안전 단속을 통해 약 2000대의 도난 휴대폰과 20만 파운드(약 3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압수하였다.
도난 휴대폰은 주로 중국과 알제리로 밀반출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최신형 아이폰은 중국에서 최대 5000달러(약 7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보이며, 범죄조직은 한 대당 최대 300파운드(약 4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옥스퍼드대 조스 라이트 교수는 중국 주요 통신사들이 국제 블랙리스트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아, 영국에서 차단된 도난 휴대폰이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밀수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의 전체 절도율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절도는 여전히 폭증하는 추세이다. 지난해의 경우 도난 신고된 10만6000대 중 기소된 건수는 겨우 495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경찰 인력과 예산 축소로 인해 경범죄 단속이 사실상 중단된 점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자전거의 빠른 확산이 경찰의 추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런던 경찰청은 단속을 더욱 강화해 도난 휴대폰 4000여 대를 회수하고 불법 거래망 해체에 나섰다. 경찰은 “휴대폰은 이제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범죄 대상”이라고 경고하며, 시민들에게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무방비로 사용하는 습관을 지양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로렌스 셔먼 교수는 “휴대폰이 1000파운드짜리 지갑이라면, 그것을 들고 걷는 것은 범죄자에게 노출되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