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위성 개발사 루미르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가를 당초 제시한 희망 범위보다 낮은 가격으로 확정하고, 모집물량과 공모액도 대폭 줄였다. 8일 루미르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를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루미르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인 1만6500원에서 2만500원 중 하단보다 약 27% 낮은 수준이다.
공모가 산정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지난해 11월 동인기연 이후 약 11개월 만에 일어난 일로, 이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의 성적표가 부진했음을 반영한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루미르는 원래 300만주를 모집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40만주로 줄였으며, 이에 따라 최종 공모액도 28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희망 범위 하단 기준인 495억원에 비해 상당히 적은 규모다.
루미르의 수요예측에는 180만주 모집에 423개의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총 신청 수량은 2349만300주로 집계되어 최종 경쟁률은 13.1대 1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풀이하면, 참여 건수 기준의 86.2%가 원하는 공모가는 하단 이하로 제시됐으며, 1만2000원 이하 가격을 제시한 비율은 55.3%에 달해 투자자의 눈높이가 낮아진 것을 보여준다.
2009년 설립된 루미르는 초소형 고해상도 SAR(레이다 센서) 위성인 ‘루미르 X’를 개발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 하의 차세대 중형 위성 1~4호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공모 과정에서는 기업 가치가 과대평가 되었다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루미르는 2026년 순이익이 267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강한 가정을 바탕으로, 비교기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28.35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산출했으나, 이는 실제 수주 잔고가 아닌 수주 계획에 기반한 수치로 문제가 지적됐다.
더욱이 최근 우주 관련 신규 주식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위성 발사체와 지상국을 각각 개발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인 이노스페이스와 컨텍은 현재 공모가 대비 주가가 반토막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과 속에서 루미르는 향후 기업 가치를 다시금 평가받아야 할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