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A7A5가 미국 달러 기반이 아닌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발행된 이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에서 예상 외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코인마켓캡 및 디파이라마(DefiLlama)의 자료에 따르면, A7A5의 시가총액은 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약 5억 달러(한화 약 6,950억 원)에 달하며, 전체 비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12억 달러, 약 1조 6,680억 원)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A7A5는 법정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기존의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이 점유하고 있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A7A5 프로젝트 측은 최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국가 기반의 디지털 통화가 미국 달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행사인 Token2049에서 A7A5가 주목받은 직후 나온 것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제재 문제와 함께 A7A5 프로젝트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A7A5는 올해 2월에 “키르기스스탄 내 신뢰할 수 있는 은행들의 법정화폐 예치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출범했다. 러시아 화폐 루블에 1:1로 페깅된 이 스테이블코인은 예치금 이자의 절반 수준을 일일 수동 수익으로 분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A7A5는 이더리움(ETH)과 트론(TRX) 네트워크에서 동시 발행돼 유연한 확장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출시 이후 A7A5는 제재를 받은 러시아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와 관련이 있는 플랫폼으로 의심받는 거래소 그리넥스(Grinex)와의 연관성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중순에 가란텍스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발표하며 A7A5의 발행 주체가 러시아 국책은행 프로므스바즈방크(Promsvyazbank, PSB)라고 지목했다. 이 은행은 몰도바 재벌 일란 쇼르(Ilan Shor) 소유의 제재 대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A7A5는 러시아 중심권 외에서도 상당한 유통량과 시가총액의 확대를 이루어냈다. 특히 미국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대한 지정학적 반작용으로 인해 일부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A7A5의 사례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법정통화를 기반으로 한 다극 체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