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파바로티 동상, 아이스링크장에 갇혀 유족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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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동상이 겨울철 아이스링크장에 갇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정체불명의 공사로 인해 파바로티 동상이 아이스링크의 구조물에 가려지면서 유족의 강한 반발을 샀다. 3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의 르피가로 신문도 이 사건을 상세히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이탈리아 동부 페사로시의 중앙 광장으로, 이곳에는 파바로티의 실물 크기 동상이 2007년에 세워졌다. 동상은 작년 4월 설치되었으며, 파바로티는 사망 전까지 이 도시에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내며 특별한 연고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스링크 설치 과정에서 동상의 무릎 아래 부분이 공사 구조물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게 되면서 이 동상이 마치 갇힌 듯한 모습이 되었다.

안드레아 비안카니 시장은 공사 현장 사진을 SNS에 올리며 아이스링크를 찾는 방문객들이 동상과 ‘하이 파이브’를 하도록 제안했으나, 이 제안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이들이 동상과 사진을 찍기 위해 모여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비안카니 시장의 행동이 파바로티와 그의 유족에게 무례한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파바로티의 부인인 니콜레타 만토바니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탈리아 매체에 “시 당국의 결정은 형편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한쪽에서는 그를 기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를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런 어정쩡한 절충은 파바로티를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며,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존중과 상식이 결여됐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만토바니는 동상이 있는 장소에 아이스링크를 만드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정말 아이스링크를 만들고 싶었다면 동상을 옮기거나 다른 장소에 설치했어야 했다”라는 그의 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지역 언론 또한 이 사건을 “파바로티가 잘못된 장소에서 스케이터들의 행동을 지휘하는 상황”으로 묘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의 항의와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비안카니 시장은 즉각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하며, “우리는 그에게 무례를 범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조각상의 이동이나 변형을 고려했으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라고 해명했다. 시장은 이번 사건이 의도적이지 않았고, 필수적인 상황에서 나온 결정임을 밝히며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이 사건은 유족의 감정과 지역 사회의 의견을 동시에 수렴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보여준다. 상징적인 동상이 아이스링크장에 갇힌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상식과 존중이 결여된 행동으로 비춰지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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