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KL)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Asia School of Business(ASB)의 Dr. Pieter E. Stek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ASB는 미국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와 협력하여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서 깊은 경영대학원이다. Stek 박사는 ASB 내에서 기술, 전략 및 지속 가능성에 관한 연구 및 협력을 담당하는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것은 201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말레이시아는 눈에 띄게 발전해 왔고, KL은 블록체인과 웹3 분야에서 중요한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명한 크립토 플랫폼 Etherscan과 CoinGecko가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최근 Binance의 창립자이자 CEO인 Changpeng Zhao(CZ)가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면담차 방문한 것도 그러한 환경을 잘 보여준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암호화폐 및 웹3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방문 이틀째, KL의 한 번화한 지역에서 점심을 먹던 중 옆 테이블에서 ‘NFT’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왔다. 한 청년이 Solana 기반의 NFT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었고, 그의 고객은 아마도 중국계로 보였다. 회의가 끝난 후 청년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보였고, 이는 그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사시켰음을 보여줬다.
이후, Pieter 박사와 함께 My Fintech Week 2025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핀테크 행사로, 금융 혁신과 지속 가능성, 포용성을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나는 “Tech-Powered Climate Finance” 패널 세션을 참관하며, 정부 및 업계 리더, 스타트업들이 기후 변화 속에서 핀테크가 직면하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패널에는 MOODY’S ESG 솔루션 전문가인 Yiwen He가 사회를 보았고, SME Bank의 Adman Hassan과 Pieter Stek 박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 리스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금융이 어떻게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기후 리스크의 사회적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데이터와 디지털 혁신이 기후 금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가 논의되었으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기후 관련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가치 사슬 전반에서 오염이나 친환경 행동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Pieter 박사는 유럽연합(EU)의 산림 벌채 규제(EUDR)가 말레이시아의 소규모 팜유 재배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이는 저투명한 시장 구조로 인해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제안되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술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Stek 박사는 핀테크와 블록체인 서비스가 소규모 참여자들을 배제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하며, 탈중앙화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남용을 방지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다.
Stek 박사와의 인연은 15년 이상으로, 그의 연구 환경을 통해 그는 기술 중심의 핀테크 서비스가 가지는 사회적 맥락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디지털 기술이 불필요하게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 경고하고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