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기업들이 재무 전략에 있어 암호화폐를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기업 CFO 99%가 장기적으로 암호화폐를 비즈니스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암호화폐가 더 이상 투자의 부차적인 자산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 관리에 있어서도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는 북미 지역에서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200개 기업 CFO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가운데 23%는 향후 2년 이내에 자금 부서에서 암호화폐를 투자 또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매출이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를 초과하는 대형 기업 CFO 사이에서는 이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금 운용 전략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고려가 대형 법인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CFO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응답자들이 언급한 가장 큰 장애물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다. 전체 응답자 중 43%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암호화폐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회계 기준의 복잡함과 규제 불확실성도 주요 제약 요인으로 지적됐다. 각각 42%와 40%의 CFO들이 이 문제를 암호화폐 채택의 주된 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규제 환경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 변동 또한 큰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신규 입법과 감독 기관의 공식 입장이 미비한 상태여서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실제로 도입하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암호화폐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지만, CFO들에게는 여전히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암호화폐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회계, 규제, 보안 환경의 안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재무 전략에 통합하기 위한 여정은 진행 중이며, 그 성공 여부는 여러 외부 요인에 달려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