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메모리칩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며,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델 테크놀로지스와 HP는 2026년 메모리칩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와 함께 레노버는 메모리칩 비축량을 평소보다 약 50% 증가시켰으며, 대만의 PC 제조사인 에이수스(ASUS)도 재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AI 칩 수요의 급증이 메모리칩 부족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메모리칩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반 칩과 AI의 연산을 지원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구분된다.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이 AI 서버용 고성능 칩의 생산을 늘리면서 일반 칩의 생산에는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AI 서버 및 컴퓨터 제조업체 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제프 클라크는 “메모리칩 가격이 이처럼 빠르게 변동하는 것은 처음 경험한다”며, 모든 제품군에서 원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메모리칩 부족사태는 휴대전화, 의료 장비,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제조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HP의 최고경영자(CEO) 엔리케 로레스는 2026년 하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HP에 따르면 일반 PC에서 메모리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18% 수준으로 추정된다.
메모리칩 재고가 감소하고 공급 문제가 심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주요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의 주가는 최근 몇 달 사이 급등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작년 9월 메모리칩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담은 비관적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최신 보고서에서는 AI 수요 덕분에 메모리칩 시장이 가격 상승과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AI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비용 상승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전반적인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