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내에서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괄성(Inclusion, DEI)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이러한 기업 정책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항공 사고와 DEI 정책의 연관성을 제기하면서, 관련된 논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인 숀 마귀르가 “DEI가 사람들을 죽인다”라고 언급한 트윗에 엘론 머스크가 응답하는 등, 공적 여론도 크게 나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DEI 정책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타겟, 메타, 월마트, 맥도날드 등의 대기업들이 이와 관련한 노력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헷지펀드 억만장자이자 저스트 캐피탈 공동 창립자인 폴 튜더 존스가 CNBC의 ‘스쿼크 박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미국에서 가장 “정당한” 기업의 리스트인 JUST 100을 발표했다. 이번 리스트에서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ewlett Packard Enterprise, HPE)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튜더 존스는 JUST 100 리스트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이 사실상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인이 원하는 기업의 모습을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했고, 그 결과 공정한 임금, 커리어 교육 및 발전 기회,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혜택, 그리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이란 경제적 문제는 해마다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이는 이번 선거 결과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HPE의 CEO 안토니오 네리는 “기업 문화가 모든 것”이라며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 이직률이 역대 최저라고 밝혔으며, “우리는 최고의 인재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으며, 최상의 인적 자본 전략이 없이는 주주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HPE의 주가는 지난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난 5년 동안 S&P 500 지수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다.
JUST Capital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러셀 1000기업 내에서 근로자 관련 지표의 공개가 개선되고 있으며, 이는 대규모 고용주의 기대치를 반영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리스트에서는 임금 공개를 실시한 기업 비율이 15%에 불과했으나, 84.5%의 기업이 직원들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공개했다. 교육비 환급, 근무 시간 정책 등과 같은 다양한 정책들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기업의 CEO들은 DEI 프로그램을 단순히 법적인 이유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재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시스코의 CEO인 청 조지 로빈스는 “DEI 브랜드 아래의 일부 정책이 특히 반감을 샀다”고 언급하면서, 더욱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우리는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했다.
결국 DEI의 진화는 단순히 이전 정책을 재평가하고 수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더 포괄적이고 공정한 미래를 향한 대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와 변화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