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자본주의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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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국가자본주의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이어 방산 및 조선업에서도 민간 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자유시장 경제의 원리에 대한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와 전략 산업을 고려하여 경제에 더욱 개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텔의 10% 지분을 정부가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게 되었다고 발표하며, 이는 인텔과 미국에 모두 유리한 거래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인텔의 보통주 4억3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으며, 이는 블랙록을 제치고 이루어진 것이다. 백악관의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인텔 외에도 다른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반도체법에 따라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특별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미 몇 차례 민간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희토류 채굴업체인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하고 15%의 우선주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되었다. 또한, 과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미국 정부가 중요 경영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확보한 사례도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러한 황금주가 향후 US스틸의 경영을 구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산업체 지분 인수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트닉 장관은 “록히드마틴은 매출의 97%를 미국 정부로부터 올리고 있기에 사실상 정부의 한 부분”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는 인텔의 지분 확보와 유사한 방식을 통해 방산업체의 지분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재무부의 스콧 베선트 장관은 조선업과 같은 중요한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질리언 테트는 현재 백악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년 전 서방 지도자들이 중국이 미국의 자본주의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믿었던 시기에 비해 현재 미국이 오히려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역사적 아이러니로 풀이될 수 있다.

이번 정부의 개입은 과거의 일회성 구제 조치와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제이슨 츠바이크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단지 긴급한 상황에서 발생한 특별 대책이 아니라, 특정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을 나타내며 이는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 낭비, 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개입이 예측 가능성과 질서를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본주의와 국가개입 간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더 이상 전통적인 자유시장 경제의 상징으로 남아있지 않고, 대신 국가안보와 전략 산업을 위해 경제 전반에 개입하는 국가자본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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