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압 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들이 소방관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두 명의 소방관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산불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이민 단속이 이루어진 것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산불 진압을 위해 투입된 소방관들은 도로 정리와 장비 배치 및 장작 제거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ICE 요원들에게 갑작스럽게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산불은 7월 6일에 시작되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약 9,000에이커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에 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기준으로 화재에 대한 진화율은 불과 13%에 그치고 있다.
ICE는 소방관 44명을 대상으로 신분증을 확인했고, 이 가운데 두 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계약직 소방관으로, 이미 한 명은 추방 명령을 받은 상태라고 ICE 측에서 설명했다. 소방관들이 체포되는 순간이 담긴 영상은 다른 소방관들에 의해 촬영되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소방관들과 정치권에서는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전 미국 산림청장 데일 보즈워스는 “소방관은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이들의 임무는 오직 화재 진압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장에서의 간섭이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또한, 워싱턴주 민주당 소속의 에밀리 랜달 주 하원의원은 “체포된 두 명의 소방관이 ICE 구금시설에 수감되어 있으며, 직접 면담을 요청했으나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민 단속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소방활동에는 직접적인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이 연방기관 인력 감축과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증가로 민간 계약직 소방관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한 기후 변화 문제 속에서도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