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의 국경 검문소에서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영주권자들조차 국경을 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 현상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국경을 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무관용의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 상황을 듣고 나는 1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뉴욕에서 차로 8시간을 달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던 중, 캐나다 국경 심사에서 아이의 구여권을 챙기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으로의 재입국이 불가능해질 뻔했으나, 캐나다의 출입국 심사관의 도움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미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러한 사례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불법 이민자 단속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민 당국은 무리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반이민 조치를 통해 연간 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단속의 영향은 해외에도 미치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은 미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300여 명의 한국인을 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자 발급의 어려움으로 편법을 사용하게 된 사례가 단속의 원인이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러한 배타적 변화는 심각한 재정적 문제와 가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했다. 과거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과 소비 촉진, 인재 유입, 혁신 등 다양한 이민의 긍정적 기능들이 국가 재정 악화와 가계의 어려움과 맞물리면서 관용의 정신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중산층 이하의 백인 노동자들은 외국인을 경쟁자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제는 합법 체류자와 영주권자 모두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반이민 정서는 단순히 트럼프 지지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46%이지만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9%로 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가 반이민 정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심지어 이민 유화 정책을 펼쳤던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임기 말에 기존의 국경 장벽을 높이며 보수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관용의 제국이라 말하기 어렵다.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국경은 높아지고 외국에 대한 시선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이 세계적으로 소프트 파워의 성과를 거두었던 다양성과 개방, 포용의 가치는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과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극단적인 단속 사례는 이 나라를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로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의 흐름은 단순한 이민 정책의 변화가 아닌,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의 소프트 파워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상실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