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종 권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모든 연령대에 걸쳐 접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라는 새로운 방침이 마련됐다.
자문위원회는 이번 권고안을 투표로 확정하면서,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기존의 ‘우선 접종’ 대상자들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미국 내 기존 코로나19 예방접종 정책과 명백히 배치되는 조치로,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공중 보건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은 ‘백신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케네디 장관은 임명 이후 기존 예방접종자문위원을 모두 해임하고 지지자들을 새 위원으로 배치한 바 있다. 이런 변화는 CDC의 오랜 지침들이 재조정되고 있는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자문위는 정부의 백신 안내문에 백신의 잠재적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보다 명확히 담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처방전을 필수로 요구하는 안건은 과반의 반대를 받아 채택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향후 백신 접근성과 효율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권고안의 배경에 대해 CDC 역사상 유례없는 변화로 평가하고 있으며, CDC의 기존 방침은 코로나19 백신을 독감 백신처럼 정기적으로 접종할 것을 권장해왔었다. 이는 의료계의 광범위한 동의와 수십억 건의 접종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의 폴 오핏 소장은 “접종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고위험군에 대해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소아과학회의 숀 오리어리 감염병위원장은 자문위 내부에서 백신 불신을 조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변화가 어린이 건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백신 정책의 전환 이상으로, 공중 보건 전반에 걸쳐 중요한 논의의 장을 펼치고 있다. 정책 변경의 주체와 배경,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