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체류 중인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20)씨가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한 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되어 억류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씨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소속의 사제 김기리 신부의 딸이며, 2021년 3월 종교 비자 동반가족 비자(R-2)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다. 이후 그는 뉴욕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퍼듀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의 가족과 성공회 측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체류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2025년 말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ICE는 고씨의 신분이 만료되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7월 31일 뉴욕 이민법원 심리 후 법정을 나서는 그를 즉각 체포했다. 현재 고씨는 맨해튼 ICE 청사에 구금되어 있으며, 곧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고씨의 어머니 김 신부는 “면회를 신청했으나 불허되었고, 언제 어디로 이송되는지도 통보받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에서 활동해왔지만, 우리 가족이 단속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성공회 뉴욕 교구와 뉴욕이민연대는 8월 2일 ICE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매슈 헤이드 성공회 뉴욕 주교는 “혼란스럽고 잔혹한 이민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도 “적법 절차 없이 반복적으로 체포되는 일이 심각하다”고 주장하였다.
한인 사회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인권 유린”으로 간주하며, 고씨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문을 제출하고 다른 한인 단체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사건은 최근 ICE가 법원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는 단속 방식을 강화하면서 발생하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러한 행동을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한편, 지난달에는 텍사스 A&M대학 박사과정 유학생인 김태흥씨가 한국 방문 후 귀국 도중 공항에서 체포되어 억류된 사건도 발생하여, 이민 정책의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