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한파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는 미국의 포드와 테슬라로부터 총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배터리 계약이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전격 중단하며,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 및 전기 상용 밴 개발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담당 소재 업체인 엘앤에프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텍사스주 기가팩토리에서 연간 25만 대 생산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판매량은 연간 2만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올해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1.8%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에 비해 매우 부진한 수치이다.
가장 큰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전기차 세액공제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고, 배터리 업체들은 이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을 주요 납품처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전망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전,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같은 다른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자, 배터리 업체들은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건을 변경하여 4조2000억원에 혼다와 합작한 오하이오 공장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을 통해 합작법인 운영자본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
SK온도 포드와의 협력 관계를 종료하고, 미국 내 공장 운영 구조를 대폭 수정 중이다. SK온은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있는 생산 시설의 분리를 통해 독립적인 운영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고객 관계가 약화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한편,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외에 ESS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SK온도 조지아주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을 LFP 배터리로 전환해 내년부터 양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ESS의 수요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인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은 향후 경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6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