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하면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대거 체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및 이민 정책 간의 심각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실제로 필요한 인력을 불법 체류자로 분류하고 강압적으로 체포하는 현실은 정책적 배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미국이 제조업 확장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이민 단속을 강화하여 두 정책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등 외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면서 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법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황은 메가 투자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태미 오버비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선임 고문은 NYT에 “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우리는 당신의 돈을 원하지만, 당신의 존재는 원하지 않는다’는 상충된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아시아 각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반면, 강화된 이민 단속은 필요한 숙련 엔지니어의 공급 부족을 초래하여 공장 건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은 외국 기업 중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 1위에 올라서며, 현대차는 이미 20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2028년까지 추가로 2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한국인 근로자의 체포 사건이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급습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정책 연구기관인 코리안 아메리칸 인스티튜트의 마크 킴 회장은 “본국에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공장에 대한 급습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 기업들이 비자 관련 법규를 비껴가는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며,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 또는 단기 상용(B-1) 비자를 소지했으나 이 비자들은 원칙적으로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의 발급이 까다롭고 쿼트가 제한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ESTA나 B-1 비자를 활용해 인력을 파견해 왔으나, 이런 관행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엄격히 단속되는 상황에 놓였다. 한편, 조지아주 하원의원인 버디 카터는 이전에 “직업을 미국인에게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불법적으로 이민자에게 넘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트럼프의 이민 단속 강화를 지지했다.
이번 급습 사건은 미국 내 일자리 관련된 이슈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하는 배타적 감정도 나타나고 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이번 사건이 한국인 근로자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기보다는 비자 사용의 적절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 아래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