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은행에 신규 가스 시추를 포함한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반대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 슬로건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5명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부문 자금 지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에 속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가스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간 일부 개발은행들은 기후 변화 대응 압박에 따라 화석연료 관련 대출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2019년부터 석유 및 가스의 신규 탐사 및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2023년까지 연간 자금 지원의 45%를 기후 관련 분야에 할당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6월에 열린 세계은행 이사회 회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은 신규 가스 매장지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력히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각국의 에너지 우선순위와 수요에 맞추어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가스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 에너지 전략은 세계은행의 경제 성장과 빈곤 퇴치라는 핵심 목표와 연결되어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에너지는 좋은 에너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원천을 인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FT는 미국이 다른 개발은행들에게도 친환경 노력을 줄이고 화석연료 관련 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여러 개발은행에서 주요 주주국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총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의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미국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재를 사실상 선임하는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에 임명된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는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라는 의견에 대해 회피적인 태도를 보여 기후변화 부정론자로 비판받기도 했다. 맬패스 총재는 바이든 행정부의 사퇴 압력을 받으며 임기를 다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번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적 대응보다는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목할 만하다. 국제적 기후 위기 대응의 흐름에 발맞추지 않으려는 이러한 태도는 세계적으로 비판받고 있으며, 향후 개발은행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