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의회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개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자들이 단순히 ‘코드 작성’이라는 이유로 형사 기소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법안을 통해 불필요한 기소를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법안은 사용자 자산을 직접적으로 보관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개발자들을 ‘무허가 자금전송업’으로 분류하는 해석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 하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공동으로 ‘블록체인 개발 혁신 촉진법(Promoting Innovation in Blockchain Development Act)’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은 연방법 1960조(Section 1960)의 적용 범위를 좁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1960조는 ‘무허가 자금전송업’ 운영을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암호화폐 믹서나 지갑 같은 도구를 개발한 이들에게까지 적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었다.
법안을 제안한 의원들은 ‘타인의 디지털 자산을 실제로 보관하거나 통제하는 경우’에만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개발자의 역할을 금융 중개와 분리하고, 사용자의 자금을 직접 다루지 않는 코드 작성者 및 네트워크 운영자들을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방향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금전송업자로 간주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고자 한다.
이러한 조치는 블록체인업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록체인협회는 이번 법안이 미국 내 개발자들이 해외로 이주하는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디파이교육기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형사 처벌을 걱정하지 않고 ‘중립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며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법안의 배경에는 몇 가지 실제 기소 사례가 있다. 특히 토네이도캐시의 개발자 로만 스톰(Roman Storm) 사건과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의 공동 창립자들이 기소된 사건이 개발자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모두 자금을 옮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으나, 사용자 자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실제로 성립되더라도 과거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현재 하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은 앞으로 있을 기소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스톰의 경우 형량 선고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추가 혐의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상원에서도 유사한 방향으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신시아 루미스와 론 와이든 상원 의원이 발의한 ‘블록체인 규제 확실성법(Blockchain Regulatory Certainty Act)’ 역시, ‘코드를 작성하거나 네트워크를 유지·운영하는 경우’를 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번 논의의 핵심은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개발자’와 ‘자금 취급자’를 어떻게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하원에서 시작된 개발자 보호 입법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의 중심이 ‘자금의 보관 및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점차 재정렬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블록체인 업계는 이러한 규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개발자들은 제품 설계 시 사용자 자산의 보관 및 통제 요소를 최소화하고, 법적 경계선이 무엇인지 문서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규제가 자주 바뀌고 있는 만큼, 컴플라이언스 및 법률 자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