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코인 런드리(Coin Laundry)’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OKX가 범죄 자금 세탁의 중요한 경로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마약 카르텔, 동남아 사기 조직, 북한 해킹 그룹 등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수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은닉하고 이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이루어졌다.
ICIJ는 약 10개월간 35개국 37개 언론사와 협력하여 사기, 탈취, 제재 회피와 관련된 수백 개의 지갑 주소를 추적하고 수만 건의 트랜잭션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전 세계의 암호화폐가 어떻게 ‘그림자 경제’를 지원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양상이 밝혀졌다.
특히 주목할 사례는 미국 재무부로부터 ‘중대한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목된 캄보디아의 후이원(Huione) 그룹이 바이낸스 계좌를 통해 하루 약 100만 달러 상당의 테더(USDT)를 송금한 것으로 확인된 점이다. 이들 송금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총 4억 8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바이낸스가 2023년 11월에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결과로 43억 달러의 벌금형과 모니터링 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OKX 역시 2025년 2월에 미국에서 무허가 송금업자로 지목되어 5억 4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후에도, 후이원 계좌에서 고객 계정으로 2억 2,600만 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암호화폐의 불법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감독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를 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ICIJ는 암호화폐가 현금화되는 또 다른 경로인 ‘캐시 데스크’와 ‘현금 운반 서비스’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들 서비스는 홍콩, 토론토, 런던, 이스탄불 등에서 활동하며, 익명으로 대규모 자금을 출금하거나 유입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 국적의 블라디미르 오코트니코프가 조작한 다단계 사기 사건도 언급되었으며, 그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최소 3억 4,000만 달러를 투자자들로부터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명성이 장점인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도 범죄자들은 ‘스왑퍼(swappers)’와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주소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여전히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 바이낸스와 OKX 출신의 약 10명의 전직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들은 이러한 고도화된 세탁 기법에 대해 대응이 사실상 벅차다는 고충을 토로하였다.
감독 당국은 지금까지 세계의 거래소에 대해 최소 58억 달러 규모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여전히 감독 체계는 조각난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암호화폐 관련 범죄 손실 규모를 약 93억 달러로 추정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암호화폐 플랫폼들이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규제망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ICIJ의 보고서는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며, 각국 정부와 감독 당국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더욱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