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처드 텅 대표는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사용자 보호 및 서비스 다양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텅 대표는 9월 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업비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이 치열한 경쟁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겠지만, 텅 대표는 사용자 신뢰 확보를 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낸스는 이미 국내 중소 거래소인 고팍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가 지연되어 실질적인 사업 개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고팍스가 운영하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의 자금 인출 중단으로 인해 약 1억2천200만 달러, 즉 약 1,622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바이낸스는 이번 상황을 해결할 책임이 함께 부여된 상태이다.
텅 대표는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백기사’로 나섰다고 강조하며, “당국의 승인과 기존 주주의 동의가 있어야만 전체 문제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승인 절차는 기밀로 분류되어 있어 구체적인 진척 사항에 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대표는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그는 “한국은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정부의 규제 명확화 시도는 산업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바이낸스가 보유한 약 2억9천만 명의 글로벌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유동성 확대와 사용자 보호 체계는 경쟁 우위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바이낸스는 한국의 전통 금융기관, 핀테크 업체, 가상자산 기업들과의 폭넓은 파트너십을 모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결제 시스템과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단독 거래소로의 진출을 넘어 지역 생태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국제적 거래소의 참여가 더욱 증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사용자 보호 및 시장 투명성 강화를 동시에 이끌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의 판단과 고파이 문제 해결 여부에 따라 바이낸스의 실제 진출 시점과 방식은 당분간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