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한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 배경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제적 리더십과 그 시대의 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0~1970년대 박 전 대통령 하의 권위주의 체제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 점은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빈슨 교수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 기조 강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경제 발전에 깊은 집착을 보였으며, 이것이 한국의 고속 성장을 이끄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은 시대적 운이 따라주었다고 분석하며, 일반적으로 민주국가가 권위주의 국가보다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통념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는 지도자의 경제적 집착이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도 중요한 요인으로 언급되었다. 그는 “일본인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해 재분배한 농지개혁은 포용적인 경제 구조의 기초를 다졌으며, 그 결과 사회적 이동성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현대그룹 창립자 정주영의 사례를 들며, 그가 가난한 농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회적 상승을 이룩한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포용적 경제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한국이 독재 체제를 겪으면서도 후에 민주화로 포용적 제도를 갖춘 뒤 성장이 가속화되었다는 점은 이론의 복잡성을 더해준다.
아프리카와 한국을 비교한 로빈슨 교수는 “동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지역은 조상 숭배와 가족중시 같은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막스 베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베버가 이러한 전통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은 틀렸다”면서, 가족 기업 중심의 구조가 오히려 성공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연구로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성장을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 그는 나이지리아를 가장 유망한 국가로 꼽았다. 로빈슨 교수는 나이지리아가 앞으로 10년간 연 10%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하며, 2050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하며, 그가 매우 수줍은 성격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로빈슨 교수의 이러한 강연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과 국제적인 경제 환경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였다.